글
77세에 갑자기 죽은 노인이 남긴 유언
이 노인은 재산도 좀 있어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건강도 죽기 전까지 좋아서
사회적 활동도하고
취미생활도 왕성하게 하며 살아 섰다.
자녀도 서넛이나 두었으나
모두들 교육을 제대로 시켜서
그런 대로 여유 있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죽을 때 유산을
자신의 후처와 자기를 따르던 개에게
상당한 액수의 재산을 남겼다.
큰 액수는 불쌍한 사람을 위해 사회에 환원했고,
자녀들에게는 별로 주지 않았다.
그러자 자녀들이 이에 크게 반발하였다.
주위 사람들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그렇게 유언한 노인을 비난했다.
"늙은이가 망령이 들었지."
"후처한테 푹 빠졌던 거야."
"젊은 마누라한테 마술에 걸려든 거지."
"후처가 들어갈 때부터 꾸민 계략에 말려든 거지."
특히 기르던 개한테도
유산을 준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였다.
‘자식들이 개만도 못하게 되었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하기도 했다.
그 노인이 65세가 넘어서
아내와 사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삼십대 여자를 후처로 맞아들일 때에도
사람들은 말이 많았었다.
그때 그는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간호해 줄 만큼 기력이 약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주위 사람들은 더욱 입방아를 찧어 됐다.
"늙은이가 주책이지."
"아마 기운이 넘쳐나는가 보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삼십대 젊은 여자를 맞아들여?"
"막내딸보다도 더 젊어요, 글쎄."
"후처를 두더라도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그러면서 주위사람들은
젊은 여자가 노인의 재산을 노리고
들어간 것이라고 수군거리고
지금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부녀처럼 서로 재미있게 살았다.
그렇게 그들은 십여 년이 넘도록
건강하게 잘 살았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그 노인의 유서에는
자식들에게 알리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너희들은 나와 가장 가까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식들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지금까지 오래 동안 서로에게
많은 위로와 혜택을 주고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너희들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유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있는 나의 혈육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거라.
나이 들은 내가 괴로울 때
누가 옆에서 진실로 위로해 주고
내가 아프고 힘들 때
누가 지켜보며 살피고 함께 아파했었는가?
울적하고 서글플 때 마음을 풀어주고
심심할 때면 함께 놀아준 게 누구였더냐?
너희들은 아느냐?
예쁜 꽃 한 송이가 하늘거릴 때
허전한 마음을 얼마나 즐겁게 하는지?
정겨운 손길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식어가는 가슴을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지?
정은 외로울 때 그리워지고,
고마움은 어려울 때 느껴진단다.
그러므로 행복할 때의 친구보다
불행하고 외로울 때의 이웃이
더욱 감사한 것이다.
나에게는 가끔 찾는 옛 친구보다
늘 함께 지내는 옆이 있는
이웃이 훨씬 더 고마운 것이란다.
가끔 보는 친구들은 한창 젊을 때
재롱을 피우는 귀여운 자식에 비유된다면,
늙어서 내 옆에 있는 이웃은
내 어린 시절의 부모와 같은 분들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친구라 할 수 있고,
젊은 계모와 강아지는
힘없는 내게는 부모와 같고,
이웃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내가 왜 자식인 너희들보다
젊은 아내와 우리 강아지에게
유산을 물려주었는지를
이제 이해하리라 믿는다.
좀 억울하고 원망스럽더라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러면서 그 노인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젊은 아내가 못된 계모라 하더라도
내게는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분이였다.
설령 유산을 노리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그녀가 나를 너무 잘 보살폈기 때문에
내게는 그것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단다.
다만 그들이 내 평생에
가장 외롭고 힘없는 마지막 삶을
그래도 살맛나게 하고 위안을 받으며
살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힘없이 외로이 사는 노인에게는
어떻게 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며
어떤 사람이 진실로 소중한 사람인지?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부천에서 윤 ㅇ ㅇ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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